스티븐 코비는 자신의 책 <중요한 일을 먼저하라> 에서 딸과의 대화를 기술했다. 그의 딸은 전문성이 있는 직종에서 일했으나 출산 이후 휴직하고 육아에 집중하고 있었다. 올바른 선택을 했으나 딸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자신이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자꾸만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딸의 고민을 경청한 이후 코비는 이렇게 말했다. “딸아, 시계와 나침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니? 시계가 일정을 돕는다면 나침반은 방향을제시한다. 시계와 나침반 모두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구지 시계와 나침반 중 더 중요한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나침반이다. 너는 새로 태어난 생명이 어머니의도움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유모가 아닌 너 자신이 직접 그 도움을 주기로 선택하지 않았니? 이로 인해 전문인으로서 너의 일정에는 물론 지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는 올바른 방향을 선택했다. 죽음의 순간,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은 그 동안 살아 온 삶의 방향이지, 일을 더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아니다. ” 리더에게 시계보다 중요한 것은 나침반이다. 지붕을 고치기 위해 부지런히 사다리를 올라갔는데 그 사다리가 다른 사람의 처마에 놓여져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열심히 사다리는 오른것 조차 후회스러울 것이다.
오늘 오후 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을 시청했다. 파란만장(?) 한 구설수와 선거전을 걸쳐 트럼프는드디어 미국 4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가 교회의 지지를 받았는지, 장장 4 명의 신교 지도자들이 연단에 서서기도와 축도로 새롭게 취임한 미국 대통령을 위해 하나님께 아뢰었다 (구교와 유대교 지도자까지 합친다면 6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등단했다.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성직자가 연단에 올랐다고 한다). 요사이 미국의 영적 분위기에 비추어 본다면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4명의 신교 지도자 모두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를 마친 것이다.
대통령 취임식과 같은 국가 행사에서 특정 종교가 믿는 신의 이름으로 기도할 수 없도록 의전이 바뀐지 오래되었다. 미국은 더 이상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대통령 취임식 이전 백악관 의전 담당자는 틀림없이 문서와 브리핑을 통해 이들에게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하지 말라” 고 당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4 사람의 신교 지도자들은기죽지 않았다. 4 사람 모두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를 마쳤다. 취임식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던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규정을 어긴 이런 발칙한 (?) 기도를 개의치 않음에 틀림없다. 이것만 보아도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과 함께 미국 땅에 거대한 영적 각성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이다.
드디어 트럼프가 취임 선서를 마친 이후 연설을 시작하였다. 이제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그가 미국민들에게제시한 이상은 지금까지 그가 주장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미국은 더 이상 타국의 방위를 위해 비용을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트럼프는 천명했다. 단지 방위의 영역만이 아니다.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이제미국은 자국 제일주의를 표방한다. 트럼프에게 타국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다. 그는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미국이 어떤 역할을 감당할 것인지에 대해 천명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세계와 더불어 번영하는 미국이 아닌 나 먼저 챙기는 미국이다. 그런데 그 다음 그가 했던 말은 내 귀를 의심하게 했다. “미국인은 (세계를 돌보는대신 미국 내에서) 서로를 책임지고 도울 것입니다. 우리는 함께 위대한 미국을 건설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잘될 것입니다. 이제 큰 꿈을 꾸기 시작합시다. 하나님이 우리를 보호하실 것입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더 이상 이웃과 절연된 채 살아가는 콘크리트아파트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지구촌이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으로 인해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한다면 그것은 한국 경제에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의 변화는 세계인의 생존을 위협한다. 이렇게좁아진 세계에서 지구촌의 공영에 대해 무관심할 미국인이 어떻게 미국 내에서 서로를 돌보는 것이 가능할까? 미국은 세계를 “돌보지 않을 것” 이라는 선언과 함께 미국은 “서로 돌보아야 한다” 는 호소가 어떻게 실현될 수있을까? 과연 트럼프가 읽고 있는 나침반은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는가? 트럼프의 취임식이 열리는 동안, 워싱턴 DC 의 다른 곳에서는 일단의 사람들이 그의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와 함께 연단에선 4사람의 기독교 지도자 중 2 사람은 잘 알려진 극도의 “번영 신학” 설교자이다. 이들은어쩌면 고통스러울 수 있는 댓가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이름” 으로 기도했다. 과연 트럼프의 재임 기간 중 미국에 번영이 올 것인가? 웬일인지 마음 한구석에 조바심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