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가 영웅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리더는 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모든 것이 안정된 상황에서 리더십은 주목받지 못한다. 윈스턴 처칠이나 더글러스 맥아더 같은 사람들이 탁월한 리더로 주목받은 것은 모두 2차 세계대전이라는 난세를 배경으로 한다.
바울은 자신의 영적 아들 디도를 그레데 섬에 남겨놓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 (내가 채 마치지 못한) 남은 일을 정리하고, 2) 장로들을 세우게 하려 함(딛 1:5). 이 본문의 헬라어 문법은 바울이 디도를 그레데 섬에 남겨 놓은 이유를 위의 두 가지뿐 아니라 이 둘을 통합한 하나로 보는 것도 허용한다: “남은 일을 정리하는 것, 즉 장로를 세우기 위해 너(디도)를 그레데 섬에 남겨놓았다.”
연이어 바울은 교회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 이후 10-16절을 읽으면 당시 그레데의 교회에 만연했던 문제가 있었던 것이 드러난다. 거짓된 교훈을 가르친 잘못된 리더가 그레데교회에 일어났던 것이다. 교회에 문제가 생겨날 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리더십이다. 리더는 문제 해결의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그레데교회의 문제를 해결할 바울의 방법은 제대로 된 리더를 세우는 것이었다.
지난 주말 미국을 방문한 네팔 교회의 지도자로부터 금장 롤렉스 시계를 선물 받았다. 스위스에서 사온 것이 아니다. 네팔에서 사온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 롤렉스 시계는 중국산(Made in China)이다. 문자 그대로 롤렉스 카피이다. 네팔에서 우리의 사역에 감사하면서 이분은 유머를 섞은 선물(practical joke)로 중국산 롤렉스 시계 카피를 나에게 건네어주었다. 시곗줄의 사이즈가 턱없이 커서 10달러를 주고 시곗줄의 사이즈를 줄였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컸을 것이다.
‘중국’하면 마음에 익히 떠오르는 양질의 상품은 없다. 그러나 질 좋은 상품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질 좋은 상품이 없는 곳에는 저급한 질의 카피가 넘쳐난다. 진품이 없는 곳에 모조품이 가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은행 직원들이 위조지폐를 식별하기 위해 진품 지폐의 느낌을 숙지한다 했던가? 그레데교회에 리더가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더십이 공백상태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된 리더를 세우지 못해 교회가 치러야 했던 대가는 컸다. 잘못된 리더가 교회를 장악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더러운 이득을 취하려고 마땅하지 아니한 것을 가르쳐 가정들을 온통 무너뜨렸다(1:11).
목회자가 교회에 리더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교회가 리더십 공백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올바른 리더가 세워지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잘못된 리더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를 장악한다. 밭에 좋은 씨를 뿌렸는데도 가라지가 함께 자란다면, 좋은 씨조차 뿌리지 않은 밭은 가라지로만 가득할 뿐이다. 자연의 원리와 영적 원리가 특별히 다르지 않다. 농사하지 않고 버려둔 땅은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공터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땅은 언제나 잡초와 엉겅퀴로 가득하다. 잘못된 리더십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좋은 리더십은 꼭 필요하다.
거듭 말하지만 리더십은 문제 해결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천혜의 기회이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교회의 리더들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건을 자세하게 열거한다. 이 요건들을 눈여겨 살펴보면 좋은 리더의 자질은 하나같이 인격적 요소이지 기술적 요소들이 아니다. 개인생활, 가족생활, 사회생활, 직업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책망 받을 요소가 없는 리더는 인격적으로 탁월한 사람이지 남다른 리더십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조직이 처해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탁월한 인격의 소유자이다. 인격의 질이 지도자의 질이다. 질 좋은 지도가 없으므로 지도력이 공백상태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좋은 지도력이 없을 때는 언제나 나쁜 지도력이 조직을 장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