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노트의 속도로 진행하는 배를 급정지시킬 경우 달리던 배는 관성에 의해 1마일까지 진행한 이후 정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능한 선장은 적어도 1마일 앞에 펼쳐질 바다를 예견할 수 있어야 한다. 가까이 있는 물체는 정확히 볼 수 있으나 먼 거리에 있는 물체는 정확하게 볼 수 없는 눈을 근시(近視)라고 부른다. 탁월한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눈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먼 미래를 예견하며 장기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각, 리더에게 이것이 없다면 리더 자신의 발전도, 그가 이끄는 조직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창세기 3장은 죄의 기원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여기에서 인류의 조상이 죄를 짓도록 유도한 뱀을 향해 하나님이 선포하신 말씀은 하나님의 장기적인 안목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하시고”(창 3:15).
시력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야를 넘어서는 실체는 가슴으로 보아야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역사를 꿰뚫어 볼 수 있는 가슴(안목)을 개발했다면 멀고 불확실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눈이 생길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학벌이 좋고 지식을 쌓았다고 먼 미래를 내어다 볼 수 있는 안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칼튼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이며 리더의 조건(The Soul of A Leader)으로 잘 알려진 월러 뉴웰은 대학을 나오지 않았으나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거의 정식 교육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지목받는 아브라함 링컨 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지능과 교육이 꼭 인간을 탁월한 리더로 만든 것은 아니다. 리더에게 지적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품”이다. 뉴웰에 의하면 리더의 성품은 “용기와 자기 통제, 도덕적 규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등이 종합적으로 아우러진 가슴의 기능이지 결코 두뇌만의 작용이 아니다.
크고 멀리 볼 수 있는 통찰력은 가슴이 개발되어야만 소유할 수 있다. 물론 무식과 무지에 근거한 가슴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가슴이며 이는 인간과 역사에 대한 통찰에 근거하여야 한다. 나아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문제를 정면 돌파할 것이며 자기 자신을 통제해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결단력이 없다면 가질 수 없는 안목이다. 행여 이런 안목을 가졌다 할지라도 이런 안목의 배후에 탁월한 도덕성이 부재한다면 이런 유의 안목은 인간을 살리고 조직을 살찌우는 예지는 아닐 것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안병민은 근시를 교정하기 위해 안과적 조치를 취하듯이 “마케팅 근시안 (Marketing Myopia)”도 무시하고 지나가면 비즈니스를 위한 시력을 잃을 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존폐를 결정짓는 위험요소가 된다고 경고한다. 목회도 마찬가지이다. 근시를 교정하여 먼 미래를 바라다보며 교회를 이끌고 가지 못한다면 우리의 목회는 길고 건강한 장거리 경주가 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사역을 크고 멀리 바라보며 건강하게 미래를 그려가기 위해 우리는 마음의 조급증을 스스로 자제하고 주님 앞에서 정직하게 자신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현재 모습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실천 가능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1월이 지나기 전 2017년 한 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우리 가정의 모습, 또 우리 교회의 모습은 무엇인가? 시간을 갖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하고 진지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올해가 2017년이라면 3년 뒤에 2020년이 다가온다. 기왕 시간을 갖고 미래를 예견해 본다면 2020년의 모습, 2025년의 모습, 2030년의 모습까지 그려보면 어떨까 싶다.
자신과 자신의 가정, 그리고 교회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리는 독자에게 “마케팅 근시안”을 극복하기 위해 안병민이 말하는 리더의 조건도 제시해 본다: 1)현상을 뛰어넘어 문제의 근간을 볼 수 있는 안목; 2)문제를 고객의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마음; 3)고객을 놀라게 하는 창조와 혁신 활동. 먼 미래의 모습을 가슴으로 바라보며 계획하고 실행해 나갈 수 없다면 탁월한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