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 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 . . .” 모세가 완숙한 리더로 만들어지기까지에는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있다. 리더십 스쿨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는 순간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는 리더로 만들어진다. 시행착오 (실패) 가 우리를 더 나은 리더로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실패를 통해 배우는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히브리 노예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애굽의 왕자로 성장한 모세. 출애굽기 2장은 모세의 탄생에 대해 서술하나 모세의 부모가 레위인이었다는 것 이외에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는다 (부모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출애굽기 6장의 족보에서이다). 출애굽기는 모세가 애굽의 왕가에서 받았던 교육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는다. 모세가 받았던 탁월한 교육은 행7:22a (“모세가 애굽 사람들의 모든 지혜를 배워”) 에 짧게 기록되었을 뿐이다. 길고 자세한 서술은 어쩌면 피서술인의 경력이 초라할 때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위대한 업적으로 인해 모든 사람에게 추앙받는 리더라면 그의 경력에 대한 설명은 사족 (蛇足) 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애굽 왕가에서 교육받고 탁월한 리더 (행7:22b) (“그의 말과 하는 일들이 능하더라”) 로 성장한 모세가 나이 80이 되기까지 아무것도 성취한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모세가 온유한 사람 (레12:3) 이라는 사실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닐것이다. 나이 80이 되도록 아무것도 성취한 것이 없는 사람이 겸손하지도 온유하지도 않다면 오히려 기괴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80노령에 부르심을 받아 120이 되기까지 사역했던 모세가 탁월한 리더로 만들어졌던 것은 애굽 왕궁의 리더십 교육이라기 보다는 출애굽기 18장에 나오는 장인 이드로의 멘토링 때문이었다.
존 멕스웰은 리더십의 발전 단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장 낮은 단계의 리더십은 <지위>를 통한 리더십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리더를 따르는 이유는 리더가 갖은 지위 때문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단계를 뛰어넘은 두번째 단계의 리더십은 <허용> 의 단계이다. <지위>의 단계에서 리더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개발하면 사람들은 리더와의 관계로 인해 리더가 리드할 것을 허용한다. 두번째 단계에 있는 리더들이 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할 때 이들은 리더십의 세번째 단계인 <성과>의 단계에 이르른다. 이제는 리더의 지위나 리더와의 관계로 인해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특정 리더가 이루어 놓은 성과로 인해 그를 따른다. 리더십의 전성기이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대부분의 리더들이 여기에서 끝난다는 사실이다. 리더가 나아가야하는 다음 단계의 리더십은 <인재개발>의 단계이다. 이 단계의 리더는 자신이 이룩한 성과나 그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에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리더가 어떤 성과를 남기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더가 어떤 인재를 만들어내느냐이다. 리더가 남긴 성과는 또 다른 리더를 키워냄으로 증식한다. 멘토의 일이 멘티를 통해 넓어지고 깊어져서 차세대로 전달되게 하는 것은 <성과>를 훨씬 뛰어넘은 ‘재생산’의 리더십이다. 이드로에게 멘토링을 받은 모세는 여호수아를 멘토링해 탁월한 리더도 만들어 놓았다. 나오미는 룻을, 엘리아는 엘리사를, 모르드개는 에스더를 멘토링하여 구약의 역사에 각기 일획을 남기게 하였다. 수많은 사람에게 사역했으나 12 제자를 멘토링하는데 촛점을 맞추었던 예수님은 승천하면서 이렇게 당부하셨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 (민족) 으로 제자를 삼아” (마 28:19a). 바나바의 멘토링을 통해 신약세계의 탁월한 지도자가 된 바울 역시 멘토링을 통해 디모데, 디도와 같은 차세대 리더를 생산해 내었다. 그는 디모데를 향해 이렇게 당부하였다. “내 아들아 . . .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딤후 2:2). 존 멕스웰은 목회자들을 향해 이렇게 당부한다. “큰 교회를 세우려고 그렇게 애태우지 마십시오. 대신 큰 사람을 키우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당신을 위해 큰 교회를 세워줄 것입니다.”
이드로의 멘토십을 통해 모세는 조직관리의 능력을 배웠다. 개인 리더십에서 팀 리더십에로의 획기적 전환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야한다.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 리더십은 100 미터 달리기가 아니다. 함께 가야하고 멀리 가야한다. 이드로를 통해 광야 한복판에서 모세는 진정한 리더가 되었다.
모세가 이드로에게 배운 것은 팀 리더십 뿐이었을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굽을 떠나 미디안으로 도망한 모세는 미디안 제사장 (출3:1)의 딸 십보라와 결혼하여 가정을 만들었다. 이드로가 어떤 신을 섬기는 제사장이었는지 성경은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디안은 누구인가? 아브라함의 후처 그두라가 아브라함에게 낳아 준 아들 중 하나이다 (창25:2). 그렇다면 미디안과 미디안 족속은 이미 하나님을 믿고 예배했던 사람들이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모세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났던 기간은 장인과 함께 지내었던 기간이다. 출애굽기 18 장에서 모세가 장인에게 하나님이 어떻게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하셨는지 설명하자 이드로는 여호와를 찬송하면서 하나님 만이 가장 크고 위대한 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고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하나님께 가져왔다. 만일 이드로가 여호와 신앙의 소유자였다는 추정이 사실이라면 멘토링은 모세를 리더로만 만든 것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또 사명자로 만들었다. 아직 멘토링의 단계에 들어가지 못한 목회자는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