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그래함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1918년에 태어나 2018년 생을 마감하기 까지 100년을 살다 갔다. 그를 소개할 때는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그냥 “빌리 그래함” 하나이면 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을 사람에게 복음을 전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영적 부흥에 불을 당겼으며, 백악관의 단골 전도자로서 America’s Pastor 로 불리었던 탁월한 영적 지도자였다. 무엇이 빌리를 이렇게 타고난 영적 리더로 만들었을까? 빌리 그래함이 가졌던 가장 탁월한 리더십 자질들을 무엇일까?

빌리 그래함 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어떤 영역에서도 탁월한 성공을 이룬 사람은 하나 같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사람들이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술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리더의 내면세계에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인격적 자질이 없다면 기술 하나만으로 사람에게 항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다. 리더로서 빌리가 가졌던 가장 탁월한 자질은 진실과 겸손이다.

나는 80년대 후반 Little Rock 에서 열렸던 빌리 그래함 전도학교에 등록하여 일주일간 훈련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빌리 그래함 전도협회의 부총재가 빌리 그래함을 소개하면서 했던 말을 잊을 수가 없다. “여러분, 저는 빌리 그래함의 고향친구로 지난 40년간 빌리와 함께 했습니다. 저는 제 친구 빌리에 대하여 이 말 한마디를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빌리는 진짜입니다 (Billy is for real).” 어떤 리더도 그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부터 “진짜” 라는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그는 진짜이다. 큰 기업을 이루어낸 CEO 를 종종 그의 가족이 존경하지 않는 이유는 종종 외적으로 들어난 그와 가족이 바라본 그가 다르기 때문이다.

빌리 그래함의 장례식 때 다섯 자녀들 모두 아버지에 대한 3분 회상을 나누었다. 셋째 딸인 룻 그래함은 “21년의 결혼생활을 비극적인 이혼으로 접은 이후 자기 교회 목사님의 소개로 상처한 남성을 만나 사귀기 시작했다”면서 자신의 아버지를 회상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급격히 가까워져 만난 지 불과 며칠 만에 결혼 이야기가 오고 가자 아버지와 어머니는 전화를 통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갖을 것을 권고했다. 물론 이혼의 고통 속에서 참으로 좋은 남자를 만났던 룻의 귀에 보모의 권면이 들어올 리 없었다. “이혼 해 본 적이 없는 아버지, 어머니가 어찌 이혼녀의 고통을 알겠어”라는 생각으로 부모의 제안을 거절해 버린 룻은 그 남자와 전격적으로 결혼해 버렸다. 그리고 결혼한 바로 그 날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와 결혼한지 15일만에 룻은 그 남자로부터 도망쳐야 했다. 실패자의 모습으로 아버지의 집에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차고 앞에서 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차에서 내렸을 때 빌리는 딸을 끌어 않고는 이렇게 말했다.  “Welcome home!” 그리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아버지는 하나님이 아닙니다.” 울먹이면서 룻은 아버지를 회상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이런 무조건적 사랑 앞에서 저는 하나님을 보았습니다.”룻 그래함 이후 빌리의 막내 아들 네드는 이렇게 회고했다. “스테디엄과 TV 에서 여러분이 보셨던 우리 아버지 빌리 그래함은 집에서나 개인적으로 만나는 빌리 그래함과 동일인입니다.” 공적인 빌리 그래함과 사적인 빌리 그래함이 동일한 사람인 이유는 내면세계에 진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불후의 명작 부활은 양심의 부활을 말하고 있다. 결국 인간성의 부활, 내면세계의 부활이다. 목회를 해 오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겉으로 나를 들어내는 일에 치중하게 되고 내면 세계를 부요케 하는 일에 소홀이 했다면 이번 부활절에 우리가 부활시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