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뉴질랜드의 총리가 된 헬렌 클라크 (Helen Elizabeth Clark) 는 21세기 지도자의 조건 중 하나로 “두꺼운 얼굴”을 들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국가의 정상에 오른 사람이라면 겪어보지 않은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얼굴이 두꺼워 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엄밀하게 말해 얼굴이 두껍지 않은 사람은 정상에 올라가기 전에 이미 스스로 타월을 던지고 정치의 장을 떠났을 것이다.

뻔뻔할 정도로 얼굴이 두꺼워야하는 직종은 정치인 만이 아니다.  사회, 경제, 종교,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얼굴이 두껍지 않은 사람이 큰 성공을 이룬 것은 볼 수 없다.  성공한 사람의 뻔뻔함으로 인해 “성공하더니 인간이 달라졌다” 라는 말까지 듣는다.  얼굴이 두껍지 않으면 세일스맨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뻔뻔하지 않으면 복음전도도 쉽지않다.  탁월한 리더의 조건중 하나는 뻔뻔함이다.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익히 알려져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안하무인격으로 타인을 대하고, 따듯한 미소보다는 성난 얼굴과 거친 언사로 사람을 상대하는 듯하다.  정치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은 필수적 요소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 보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드라이브하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영어 표현에 이런 말이 있다.  “I hate your guts!”  “나는 당신의 당당함 (뻔뻔함) 이 싫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의 뻔뻔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뻔뻔하기 때문에 파렴치한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장점은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말하든 간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밀어부치는 추진력이다.  그에게는 사람의 평가 따위에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뻔뻔함이 있다.  자신의 저서 <이기려면 뻔뻔하라> 에서 조관일은 삶이라는 전쟁터에서 “뻔뻔함은 경쟁력이다” 라고까지 말한다.

이 뻔뻔함은 목회 리더십에도 철저하게 요구된다.  목사가 파렴치한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착하기만 해서 교회라는 조직을 잘 이끌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사람의 시선에 신경쓰느라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유약함을 극복해야한다.  모든 사람의 사랑과 인정을 받고자 한다면 리더가 되지 말라.  두꺼운 얼굴은 양보할 수 없는 확신과 이에 따른 용기, 나아가 어떠한 비방과 난관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함을 의미한다.  자신감과 억척스러움이 있는 선장은 아무리 파도와 바람이 거칠어도 절대 키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선장이 강력하지 못하면 사공은 많아지게 되어있다.  리더십은 언제나 도전받기 때문이다.  리더는 도전 앞에 무릎 꿇지 말고, 비록 크고 작은 실수와 실행착오가 있다 할지라도 뻔뻔할 정도로 담대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한다.

얼마 전 트럼프는 백악관을 찾아 온 젤렌스키에게 면박을 주어 우크라이나로 돌려보내었다 (이 행위의 윤리성은 이미 정치 전문가들이 다루었다).  그로부터 11일이 지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에서 열렸던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고위급 회담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와의 30일간 휴전제의를 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트럼프는 “뻔뻔하게도” 조만간 젤렌스키를 다시 백악관에 초청하여 지난번 끝내지 못한 광물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뻔뻔함”이 거사를 이루어낸다.  저자가 누구였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리더십 관련 책 제목 하나가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리더여,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사자가 밀림속에 살고 있는 모든 동물의 사랑과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한다면 사자의 타이틀을 버리고 토끼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