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보이스카우트는 영국군 장성이 청소년에게 정찰대의 기상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영어로 scout 는 ‘정찰대’ 라는 뜻이다. 정찰대는 적진에 침투해 적의 전력을 파악한 이후 그 정보를 가지고 자신의 진으로 무사히 귀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절대 필요한 것은 생존능력이다. 보이스카우트의 야영은 정찰대원의 생존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훈련이다. 그런데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개최되었던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는 전세계 158개국에서 온 43,000명 스카우트에게 생존능력을 키워주었다기 보다는 악몽을 가져다 주었다.
이 악몽의 근본적인 이유는 부실한 준비와 엉성한 운영이었다. 통계에 의하면 43,000명이 12일간 사용할 화장실이 고작 354개 뿐이었다. 화장실 한 개를 120여명이 나누어 사용하는 꼴이다. 그나마 변기가 막혀 악취가 진동했으며 한국 전통의 ‘푸세식’ 화장실까지 있었다니 위생상태는 짐작할 만하다.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에 샤워장도 에어컨도 턱없이 모자랐다. 폭염과 위생상태, 또 벌레물림등을 견딜 수 없었던 영국, 미국, 싱가포르의 스카우트는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급기야 국무총리를 현장에 급파하여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불결한 화장실이 깨끗해 지기 시작한 것은 총리가 솔선수범하여 오물이 붙어 있는 변기를 닦아내기 시작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총리의 솔선수범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무작위로 화장실과 샤워장에 들어가 화장지와 비누가 없는 곳, 또 휴지통이 없는 곳을 색출하여 담당자를 질책하였고 문제를 해결하였다. 문자 그대로 “낮은데로 임하소서”였다.
기독교의 리더십은 서번트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이타성이다.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이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셨다. 그러나 총리가 직접 변기를 닦았다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국무총리가 가장 적절하게 스카우트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방법은 큰 그림을 보면서 대회가 철저하게 준비되고 진행되도록 지시하고 감독하는 것이었다. 이 임무를 잘 할 수 있기 위해 그의 휘하에는 문체부와 여가부 장관이 있었고, 그들의 휘하에는 엄청나게 많은 공무원이 있었다. 또, 행사지인 전북도의 도지사를 포함한 수많은 지방공무원도 있었다. 그러나 총리는 이들이 동일한 그림을 그리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데 실패했다. 대회 두 달 전에는 국무총리가 현장 점검까지 했는데 이런 파행을 가져왔다면 그가 검토하여 통과시켰던 큰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변소청소를 구지 총리가 했다고 해서 그것이 서번트 리더십인가? 그렇다면 누구라도 국무총리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그가 진정한 서번트였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어야 한다. 그것은 행사 전체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매끄럽게 진행하는 리더십이다.
목회자의 서번트 리더십은 무엇인가? 어려움 당한 교인들을 일일이 심방하여 손 잡아주고, 기도해 주고, 심지어 화장실 청소까지 해 주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은 성도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으며 해야 한다. 바울이 제시한 목회자의 임무는 “성도를 온전케하여 그들이 봉사 (사역) 하게 하므로써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워나가는 것”이다 (엡4:11-12). 교인들이 서로를 돌볼 수 있도록 평상시 훈련하고 임무를 분담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사역하게 하는 것이 목회자에게 기대되는 서번트 리더십이다. 목회자가 이것을 하지 않고, 자신이 모든 심방과 섬김을 다하면서 이 일에 교인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서번트 리더십이 아닌 리더십 부재이며 심각한 직무 유기이다. 이런 행태는 교회와 사역을 자꾸만 약하게 할 뿐이다.
나아가 목회자는 교회 내에서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중차대한 책임을 맡았다. 바울은 성경이 주어진 목적을 “하나님의 사람 (성도)을 온전케하여 모든 선한 일을 하게하는 것” (딤후 3:15-17) 이라고 하였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성경을 주신 목적과 목회자를 주신 목적이 동일하다. 그렇다면 말씀의 선포자로서 목회자가 갖은 위치가 얼마나 중차대한가는 부연할 여지가 없다. 이 일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절제하면서 연구와 기도로 끊임없이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 목회의 큰 그림이며 목회자가 보여주어야 할 서번트 리더십이다. 목회자는 이번 잼버리 사태에서 볼 수 있었던 국무총리의 섬김(?) 을 통해 서번트 리더십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되지 않을 때 성도가 교회를 떠나고 (최우방국이 조기철수 하듯) 악몽이 연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