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의 핵심은 19-24장에서 발견된다. 시내 광야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언약을 맺는 장면이다. 이 중요한 장면 바로 앞인 출18장에서 모세는 이스라엘을 천부장, 백부장, 오십부장, 십부장 시스템으로 새롭게 조직하여 이들에게 자신을 대리하여 백성을 재판하는 엄중한 임무를 맡긴다. 흥미로운 것은 모세가 이스라엘을 이렇게 조직한 것이 장인 이드로의 충고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필이면 왜 장인인가? 혹시 모세의 아내가 이혼 직전에 있는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친정 부모에게 하소연 한 것은 아닌가? 왜 모세가 아내와 아이들을 처가댁을 돌려보내어야만 했는가 (출18:2-3)? 아내와 아이들의 안전 때문이었나? 아니면 자꾸만 잦아지는 부분 싸움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나? 출애굽기 18장에 비추어 한가지 분명한 것은 행여 모세가 아내와 아들들과 함께 살았다 할찌라도 그는 자신의 가정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희생시킬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200-300만 인구의 모든 송사를 모세 혼자 해결하는 구조였다면 그가 겪어야 했던 스트레스는 상상하고도 남는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모세에게 가정은 없었다. 오직 사역이 모든 것이었다. 목회자인 우리에게 가정이 있는가? 오래 전 시카고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목사인 아버지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기 위해 틴에이저 아들이 몇 번 교회로 전화를 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한결 같이 이렇게 말하면서 전화를 끊어야 했다. “아들아, 아버지가 목사인 것 알지 않니? 지금 아버지는 성도들을 돌보느라 무지 바쁘구나. 오늘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그때 이야기 하자꾸나.” 좌절한 아들은 결국 교회에 다시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May I speak with Pastor Kim, please?”
모세가 아내와 아들들 (가정)을 되 찾았을 뿐 아니라 사역의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던가? 그가 자신을 대신 할 리더를 선별하여 그들에게 자신의 일을 위임하고 권한을 이양했을 때 부터였다. “모세가 이스라엘 무리 중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택하여 그들을 백성의 우두머리 곧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을 삼으매 그들이 때를 따라 백성을 재판하되 어려운 일은 모세에게 가져오고 모든 작을 일은 스스로 재판하더라” (18:25-26).
교회성장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의하면 성장하는 교회의 구조는 목회자가 리드하고 평신도가 사역하는 구조라고 한다 (엡4:11-12 참조). 혹자는 16세기 종교개혁의 본질이 성직자의 손에서 성경을 빼앗아 평신도의 손에 넘겨 준 것이라면, 21세기의 종교개혁은 성직자의 손에서 사역을 빼앗아 평신도의 손에 넘겨 주는 것이라고 한다. 모세가 모든 것을 다하는 구조에서 모세 뿐 아니라 백성들 조차 고통을 받아야했다 (18절). 모세의 가족이 받아야 했을 고통을 말할 나위 없다. 출애굽기 18장에서 사역의 구조를 바꾸고 나서 19장에서 하나님과 언약관계에 들어가는 것이 왠일인지 의미심장해 보인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사치스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일을 맡기고 싶어도 맡길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 없습니다.” 백성들 가운데 능력있는 사람을 선별하여 자신의 일과 권한을 위임 (21절) 해야 한다는 권면 바로 직전, 이드로가 사위 모세에게 한 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는 하나님 앞에 그 백성을 위하여 그 사건들을 하나님께 가져오며 그들에게 율례와 법도를 가르쳐서 마땅히 갈 길과 할 일을 그들에게 보이고” (19a-20b). 목회자와 사역을 나눌 ‘완성된’ 리더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의 끊임 없는 기도와 교인에 대한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베이비 크리스천을 성숙한 리더도 훈련하는 것이 목회 사역의 본질이다 (엡4:11-12). 마태복음 9장의 마지막 절에서 주님은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주소서” 라고 기도하도록 요청하신다 (마9:38). 그 이후 10장에는 전반절에는 예수가 선택한 제자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예수님은 이들을 훈련하여 파송하면서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는 권능” (마10:1) 을 주신다. 자신이 해오신 사역에 대한 위임이며 권한 이양이다.
위임과 권한 이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도와 철저한 훈련이다. 모세가 진정한 리더로 거듭난 날은 그가 기도와 훈련을 통해 능력있는 리더를 생산한 이후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여 사역을 맡긴 날이다. 이때 그는 잃어버렸던 가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목회자가 생각해 보아야 할 핵심 리더십 사안이다. 이제 모세는 죽도록 충성하는 대신 효과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가족도 하나가 되어 가정이 행복해졌다. 진정한 리더의 탄생이다.